김수영 - 사 령 -

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
간간이
자유를 말하는데,
나의 영(靈)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.


벗이여,
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
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.

마음에 들지 않어라.
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.
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
담장의  푸른 페인트 빛도
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.


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(纖細)도
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
이 욕된 교외(郊外)에서는
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.


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
간간이
자유를 말하는데,
우스워라 나의 영(靈)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.

 

우스워라... 나의 영은 이미 죽어 있는 듯..

by 유진 | 2006/10/01 16:38 | Simazu's silk | 트랙백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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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패스츄리 at 2006/10/02 07:43
기분이 묘하네요.
어제 일기장에다가 저 시를 썼거든요.
Commented by 유진 at 2006/10/02 09:43
오.. 이야기를 듣고 보니... 저도 기분이.. 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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